2007년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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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것은 매우 우발적이고도 계획적인 사건이었다. 예정되어 있었던 일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 것 뿐이야, 라고 전화를 끊은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 날도 밤늦게 헬스장에서 돌아와 방청소를 하며 그녀와 통화를 했다. 통화는 내내 유쾌했다. 소소했고, 일상적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어느새 방바닥에 누워 핸즈프리 마이크를 입술 바로 앞까지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럼 우리 그냥 오빠-동생하는 게 어떨까. 깔깔거리며 웃던 일련의 대화 후에 헤어짐의 말들이 자연스럽게 오고 갔다. 생경하고 부조리한 말들이었다. '오빠-동생 관계로의 전환'이라는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조차 전형적인 이별의 모습과는 달랐다. 울면서 싸운 적이 한 번 없는 우리의 헤어짐은 그저 고요하고 담담했을 뿐이다. 말은 안했지만 이별조차 저 혼자 집어삼켜 삭히겠다는 그녀의 익숙한 희생 정신, 혹은 마조히즘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당신 정말 끝까지 이럴꺼야? 너무 착해서 자꾸 속상한 그녀에게 나는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합의 이후 우리의 대화 또한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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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9/26 19:13 | 삶-비망록 | 트랙백 | 덧글(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