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2월 19일
대학 등록금의 진짜 문제
스크롤 압박이 심하니 시간없으신 분들은 일단 GG치시고.
1. 학생, 학부모의 입장
등록금 인상이 도를 넘어섰다. 그동안 운동권 애들이 주도하는 춘투를 그냥 정기행사 정도로만 여겼는데, 이제 이건 확실히 사회문제다. 가계 간 소득격차도 자꾸 벌어지고 대학생들 취업하기도 자꾸 힘들어지는데 등록금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다. 물가상승률이 1.7%인데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 평균은 8%이고 국립대는 이게 제 정신인지 평균 13%에서 최고 30%까지 올렸다. 사교육 물가 상승률은 또 어떤가? 전년 대비 5.4% 상승했단다. 초등학교서 고등학교까지 사교육비 대느라 가계가 휘청거렸는데 이제 대학생되어서 한 숨 돌렸나 싶더니 이건 대학입시 때 사교육비 정도는 비교될 게 아니다. 대학생이라고 학원 안 다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내고, 취업시장에서 살아남으려고 또 학원에 돈 갖다 바친다. 미친듯이 오르는 등록금 이대로 방치했다간 가정 경제 다 파탄난다.
대학은 도대체 뭔가?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상세하게 보고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등록금 인상할거면 우리들 의견 듣고 민주적으로 타협점을 찾아야할 것 아닌가. 그런데 대학 총장들끼리 모여서 7~8% 인상률 담합이니 하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학생회의 정례적인 등록금 투쟁은 정례적으로 무시해왔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의 등록금 인상은 도저히 우리가 납득할 수가 없다. 대학 등록금 올려서 그 돈 가지고 무슨 짓하는지, 우리 교육에는 얼마나 환원이 되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는가. 그 돈으로 교육비 투자하기 아까우니까 '남는 건 건물 뿐'이라는 생각으로 시설비에 비중 높이고, 학교 세입 세출 차액 조작해서 적립금은 잔뜩 쌓아 놓고, 교수들 급여성 경비나 학교의 지출성 경상비로 대부분 흥청망청 쓰는 거 우리가 모를 줄 아나. 그렇지 않아도 이전부터 우리 등록금이 교육과는 상관없는 곳에 쓰이는 것을 지켜보아 왔는데, 이제 일방적으로 등록금 올려서 또 다른 데 쓰겠다니까 두고 볼 수가 없는 거다.
사태가 이런데 교육부는 도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립대학들, 국립대학들 다 중점 감사대상 아닌가? 그런데 89년에 등록금 자율화하면서 매년 꾸준히 오르는 등록금에 대해 교육부가 문제삼았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못 들어봤다. 등록금은 대학교육의 기회균등에 큰 관련이 있는만큼 교육부가 정원정책과 연동해서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의무다. 근데 지금 교육부는 사실상 방조자를 넘어 이런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고까지 본다. 무엇보다도 교육부가 고등교육에 투자할 의지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렇게 중요하다는 대학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GDP대비 고작 0.6%, 고등교육의 사부담율(77.6%)은 OECD 국가의 무려 3배에 가깝고 평균 고등교육비는 그들의 63% 수준 밖에 안 된다. 고등교육 취학율이 80%를 넘어선 지금 '보편화'단계를 한참 넘어섰으니 이제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투자해야 할 때가 아닌가. 대학 서열화체제와 학벌사회의 영향으로 대학진학을 안 할 수가 없는 지금 교육부는 이제 고등교육의 공공성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학에 돈을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등록금 문제다. 이거 해결하지 않고서는 양극화 해소니 이런 말 다 헛소리일 뿐이다.
2. 대학의 입장
등록금 문제는 미안한 마음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욕 먹을 거 뻔히 알면서 올리는 데에는 우리도 나름대로의 절박한 사정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그런데 등록금 인상 문제를 가지고 제대로 학생, 학부모들과 협상할 수 있는 채널이 사실상 총학생회가 가장 큰데, 이들이 대화보다는 투쟁에 경도되어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총장실 점거하고 본부 점거하는 난리 통 속에서 실증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제대로 논의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대화가 성립된 총학도 학교 측의 입장은 무시하고 무조건 '등록금 동결'만 주장하니까 도대체 협상이 안되는 거다. 대화 부재의 일차적인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 데에는 총학 측의 책임도 있다는 걸 인정해라.
언론에서 자꾸 물가상승률을 들먹이면서 소비자 물가 지수와 등록금 인상율이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고 단순 비교하는데, 이것은 대학의 현실을 철저하게 외면한 시각이다. 대학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대학의 등록금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다른 경제영역, 그리고 이전 시대와는 현저하게 다른 수준으로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생각해보았는가? 그것은 대학이 교육기관인 동시에 '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육부와 시민사회의 대학평가는 대학의 교육수준보다는 연구수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교육결과보다는 연구결과가 가시적이니까. 우리도 차라리 산업사회의 대학이나 초중등교육처럼 책상 들여놓고 교수 초빙한 다음에 교육활동만 열심히 하고 그 교육활동 가지고만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대학들은 돈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 간 피말리는 연구 경쟁을 강요받고 있다. 국내 대학 간이면 다행이지, 연구의 '글로벌 경쟁'에 대한 시민사회와 정부의 강요는 필연적으로 연구의 주체인 교수들 인건비를 자꾸 상승시키고, 첨단 연구를 위한 기자재 및 시설 확충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시설확충에 대해서도 할 말 많은데, '대학 교육 여건' 평가 목록에 대학의 시설과 1인당 기자재 및 학습 시설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것은 왜 아무도 말 안하나? 대학의 적립금도 우리가 부귀영화 누리자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재단의 재정상태' 명목으로 대학이 건실하니 부실하니 평가받으니까 그런거다.
일차적인 책임은 이런 경쟁을 강요하는 교육부에 있다. 교육부 돈 진짜 안 준다. 준다고 해도 일반지원의 형식이 아니라 '특수목적지원사업비' 명목으로 몇몇 분야에만 찔끔 주고 만다. 이렇게 주는 명목과 판단의 근거도 다 양적 기준으로만 판단한 '대학 평가'다. 위에서 말한 시설비에 따른 교육여건, 적립금에 따른 재정상황 같은 눈에 보이는 것을 우선 평가항목으로 설정하고 이 평가 결과에 따라서 돈을 차등 지급한다. 이런데 우리가 피가 안 마를 수가 있나. 대학의 구조조정도 사실상 돈을 미끼로 '강제권고'하기 때문에 그나마 얼마 주지도 않는 돈 받아서 대학 운영하려면 요구하는 사항 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본격화 된 학부제만 해도 우리 그거 하기 싫었다. 그런데 학부제 안 하면 돈 안 주겠다는데 어쩌겠나. 결국 우리는 그나마 돈도 얼마 안 주는데 그 액수마저 절박하기 때문에 이렇게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는거다. 그렇다고 시민사회에서는 대학에 투자하나? 우리 나라처럼 기부 안 하는 나라도 없다. 그러면서 학생, 학부모들은 교육부에서 '연구 중심'으로 매겨놓은 대학 서열보고 안 좋은 대학이니 어쩌니 할 것 아닌가. 결국 돈 써서 성과내라고 강요하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압박 속에서, 정작 돈은 안 주니까 우리가 불가피하게 등록금을 올릴 수 밖에 없는 거다. 욕 먹을 것 뻔히 알고, 학생들한테 미안하지만 우리가 기댈 구석이 등록금 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3. 교육부의 입장
우리도 사실 역대 정권처럼 등록금 문제를 정원정책과 연동해서 쉽게쉽게 풀고 싶다. 그동안 산업사회에서는 대학교육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있었고 그게 원동력이 되어서 정원을 쥐었다 풀었다 하는 식으로 등록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까 (서민들이 체감하기는 안 그러겠지만 우리나라는 대체로 저등록금 정책을 취해왔다). 전두환 정권의 81년 졸업정원제가 가능했던 이유도 다 대학교육에 대한 시민사회의 열망이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같으면 대학은 적고 들어가려는 사람은 많아서 정원통제를 확 풀어주는 것만으로 사학 재정난이 대체로 해소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역대 정권이 생각없이 팽창시킨 고등교육 규모 때문에 대학 총 정원이 학생 수보다 많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총 정원을 늘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다.
특히 교육정책의 재앙이 시작된 시기로 보는 김영삼 정권의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부실사학의 난립을 부추겼고 이것은 정부가 부양해야 할 대학 기관의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맘 같아선 이런 부실사학들 다 구조조정 해버리고 통폐합해버리고 싶은데 사학재단들의 저항이 장난이 아니다. 국립대 통폐합에서도 그렇게 애먹었는데 사립대는 오죽할까. IMF 통제금융시대를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가 부실기업들한테 공적자금 쏟아부었기 때문 아닌가. 지금 부실사학에 일반재정지원 형식으로 투자를 늘려 OECD 국가 정도로 사학에 대한 재정규모를 확대하면 이것은 IMF 시대와 같은 우를 반복하는 거다. 대학도 마찬가지고 시민사회도 마찬가지고 교육부가 '특수목적지원사업비'를 통해 시장형 교육재정 배분 정책을 쓰는 것은 다 우리 고등교육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건전화 시키려는 선의의 차원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일차적인 문제는 역시 돈이다. 아무리 내국세의 20% 상당을 차지하는 교육예산이라지만 교육부가 고등교육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일단 봐 주었으면 좋겠다.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는 그래도 고등교육보다는 초중등교육이다. 왜냐하면 적령의 아동 전체가 취학하고 있는 의무교육을 우선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을 받는 국가의 우선적인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금을 낸 국민 스스로에게 세금의 혜택이 돌아가야한다는 측면에서도 옳은 일이다. 무엇보다도 복지적 동기를 추구하는 교육의 공공성 측면은 고등교육보다는 초중등교육이 더 크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예산 배분을 인정하리라고 본다.
그래도 지식기반사회의 핵심 기관인 대학이 국가 발전의 첨병이라는 인식으로 고등교육에 투자하려고 애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초중등교육에 70%이상 투자되던 예산을 줄이려고 지방자치단체로 권한을 이양하는 대신 지방세의 비중을 높이려고 무진 애썼다. 그 결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양여금 따위의 명목으로 중앙정부의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 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고등교육은 초중등교육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무적으로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고등교육은 어쩔 수 없이 중앙 세입을 주 재원으로 삼아야한다. 이를 위해서 초중등교육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같이 안정적인 고등교육 재원을 확보하고자, 내국세 총액의 6% 정도를 고등교육재정으로 떼어놓는 '고등교육재정지원법'을 적극 발의했었다. 그런데 기획예산처와 청와대에서 죽어도 안 된다고 하여 지금 이 법안이 3년 째 계류 중에 있다.
시민사회와 대학이 정부 부처 내에서 교육부의 설움을 알기나 하는가? 세간의 속설과 같이 청와대를 경제부처 관료들이 장악해서 만만하게 딴지거는 대상이 교육부다. 3불정책이나 평준화에 대해서 심심하면 경제논리로 시비걸지 심지어는 부동산 정책을 학군 조정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교육부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게다가 복지적 성격이 강한 교육부에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면서, 돈은 잡아먹는데 경제효과를 못 낸다고 몇 년째 채근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교육부총리 승격이니 교육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니 해도 정작 예산은 제대로 안 주는 거다. 이번 대선에서도 두고 봐라. 아무리 대선주자가 '교육비 GDP 대비 6%니 7% 달성이니 해도 취임하자마자 재경부 관료들에게 놀아날테니까. 그렇다고 국세교육세율을 현재 15%에서 30%수준으로 올리면 대학이 등록금 올리는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저항이 생기지는 않을 거다. 어쨌든 문제의 핵심은 교육부 예산의 내적, 외적 배분문제고 정부 윗선의 시장주의 논리란 거다. 교육부도 따라가야지 별 수 있나.
4. 대학등록금 문제의 본질
위의 글들은 대학등록금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각 주체의 입장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서 기술해 본 것이다. 최대한 사실관계를 살려서 재구성해보았다. 이렇게 대학과 교육부의 입장까지 열심히 기술한 이유는 대학등록금 문제의 이면을 더 성실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요즈음 대학등록금이 언론에 뜨겁게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 근거한 것이다.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다 대학과 정부의 탓이라는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대학과 정부의 책임이 큰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위에서 기술한 것처럼 대학과 정부도 그들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고 이유가 있다. 대학과 정부의 입장과 사정도 함께 고려해 보아야만 대학등록금 문제를 좀더 입체적으로 보고 문제의 본질에 더 가깝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대학 탓, 정부 탓 일색인 논의는 문제를 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의 글에서 기술한 것을 보자면, 학생과 학부모, 대학, 정부 각 주체가 대학 등록금으로 곤란을 겪는 부분은 대체로 시장주의로 인한 왜곡된 경쟁구조 위에 자리잡고 있다. 학생은 취업시장에서, 대학은 학생 모집 시장과 정부 재정 지원 시장에서, 교육부는 부처 간 예산배분 시장에서 모두 경쟁에 내몰려 있다. 각 주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상황에 공통적으로 시장주의가 개입해서 고등교육의 구조 자체가 연쇄적으로 왜곡되어 있고, 그것이 표면화 된 문제가 바로 대학 등록금 인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각 주체가 위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 문제점을 안고 있어서 이것은 분명히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단순히 누구의 탓이라고만 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바로 시장주의에서 기인한다.
이것은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선진성의 예로 아직도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유럽국가 이야기를 해보자. 흔히 무상으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독일의 대학은 1990년대 중반부터 대학의 수업료 징수 논쟁이 불거져 그 대립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독일 경제가 통일 후 세계의 신자유주의 시장에 적극 편입되면서 학생들은 취업시장의 경쟁에 내몰렸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경쟁재로서의 대학 졸업장을 요구했다. 그래서 1989년 150만명 정도였던 대학생이 현재 기준 67%나 늘어났다. 대학 학생 수가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주 정부의 세수는 시장주의 정책으로 점차 줄어들자, 그렇게 공공성을 신봉하던 독일 주정부조차 '수익자 부담 원칙'을 거론하며 수업료 징수에 나섰다. 이미 수업료 징수를 금지하는 법이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난 상태다. 이제 올해부터 많은 대학이 그동안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꺼려왔던 수업료 징수를 본격적으로 개시할 판이다. 정도는 우리 나라가 더 심하지만 그 양상은 독일과 우리가 다를 것이 없다. 교육을 둘러 싼 여러 국면에 시장주의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사태가 벌어져 '수익자 부담 원칙'과 같은 논쟁적인 부분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실제로 우리는 등록금 인상, 독일은 수업료 징수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고등교육의 시장주의적 성격을 사회적으로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하는 문제에서 발생한다. 무엇을 위한 대학교육인가?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른다면 대학교육의 수익자는 누구인가? 개인에게 귀속되는가, 아니면 국가의 발전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주는가? 내가 보기에 이 문제는 대학등록금 문제의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선결과제다. 대학교육이 국민복지적인 성격보다 개인 투자적인 성격이 강하고 그 이익도 개인에게 더 많이 귀속된다고 보는 입장과, 대학교육은 이미 보편화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보편교육으로서 국가가 복지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 이익은 국가에 귀속된다고 보는 입장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전혀 다를 것이다. 전자는 개인의 등록금 징수를 정당화하고 국가의 지원이 개별 지원 방식으로 되어야 한다고 볼 것이고, 후자는 등록금의 적정납입금 달성을 위해 국가가 고등교육에 일반재정지원 형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기관투자해야 한다고 볼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전자의 입장을 옹호한다. 대학교육은 초중등교육과는 달리 투자적인 성격이 강하고 그 이익이 개인의 지위경쟁에 돌아가는 경향이 더욱 강하다. 이를 위한 교육비를 학생에 비하여 적은 이익을 얻는 저소득층을 포함한 일반 납세자가 부담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비용이 많이 들고 인기가 높은 의대의 등록금이 비싸다고 해서 정부가 세금을 '기관투자' 에 '일반재정지원' 방식으로 의과대학에 돈을 주는 것이 타당한가? 그것은 현재 국립대가 안고 있는 '역진적 소득 재분배'의 문제를 그대로 사립대학에 재현하는 꼴이 된다. 요새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해결방안 중 많은 것들이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통한 사립대학 지원을 말하고 있다. 아무리 고등교육이 보편화 단계가 되었다고 해도 고등교육의 개인투자적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80%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나머지 20%의 세금까지 대체로 중상위층 출신이 많은 대학교육에 기관투자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학등록금 문제의 해결은 시장주의의 '부정'이 아니라 시장주의의 '극복'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정부가 고등교육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원을 투자하는 방식이어야 함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데, 그 적절한 방식은 기관투자의 형식이 아니라 학비보조제도와 학자금 대출과 같은 개인지원 방식이라고 본다. 학생 개인에게 폭넓은 국고장학금 혜택이 돌아가서 실질적으로 개인이 납입하는 금액을 적정납입금으로 낮추고, 그 적정 납입금도 학자금 대출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결국 대학에는 학생 개인에 대한 지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돈을 지원하는 방식이 된다. 이것이 더욱 능률적이고 형평성 있게 공공재정을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역시 문제는 이 공공재원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마련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작년 말부터 여야 3당이 모두 이와 유사한 방식의 법안을 상정해 놓았고, 며칠 전 학자금 대출 학생의 70%의 이자를 감면한다는 교육부 발표도 있었으니 현재 방향은 옳게 잡았다고 본다. 주목할 것은 시장주의를 절대 신봉하는 한나라당이 등록금 감면 법안을 내놓았다는 점, 그리고 학자금 대출 감면 정책에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겠다. 시장이 존속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극복하려는 좋은 징후로 받아들인다.
현재 대학등록금 규모는 10조원 정도다. 교수노조나 민노당에서 주장하는 '등록금 후불제'가 가능하려면 10조원의 자금 풀이 조성되어야 한다. 한편 한나라당의 '등록금 반으로 줄이기' 정책은 5조원이 필요하다. 현재로서 타당한 대안은 10조원 이상의 국채발행으로 국가 재정에 무리를 주는 전자의 방식보다는, 그나마 정부의 예산 규모 내에서 법률 제정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방식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의 것이라기 보다는 '이주호 의원'의 법률안이라고 보는 것이 낫겠다;;). 정부의 경직성 경상비를 10%만 감액해도 1조 3천억원이다. FTA를 비롯한 정권홍보비용이나 불요불급한 국책사업들(예를 들어 45조원+알파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행정특별도시 건설사업)만 정리해도 5조원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마련할 수가 있다는 것이 재정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렇게 마련된 5조원을 학자금 대출보다는 국고 장학기금의 확충에 써야한다. 학자금 대출은 어차피 일종의 대부(Loan)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별지원의 첫번째 방식은 '국고 장학 기금 확충'을 통한 개인 납입금의 적정화라고 본다. 한나라당 법률안만이라도 통과되어서 개별 학생들 등록금의 50%를 저소득층을 우선으로 국고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 장기적으로는 고용보험기금도 활용하고 고등교육재정지원법의 제정을 통해서 국고 장학기금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꾸준한 문제제기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더 나은 세상'이다.
1. 학생, 학부모의 입장
등록금 인상이 도를 넘어섰다. 그동안 운동권 애들이 주도하는 춘투를 그냥 정기행사 정도로만 여겼는데, 이제 이건 확실히 사회문제다. 가계 간 소득격차도 자꾸 벌어지고 대학생들 취업하기도 자꾸 힘들어지는데 등록금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다. 물가상승률이 1.7%인데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 평균은 8%이고 국립대는 이게 제 정신인지 평균 13%에서 최고 30%까지 올렸다. 사교육 물가 상승률은 또 어떤가? 전년 대비 5.4% 상승했단다. 초등학교서 고등학교까지 사교육비 대느라 가계가 휘청거렸는데 이제 대학생되어서 한 숨 돌렸나 싶더니 이건 대학입시 때 사교육비 정도는 비교될 게 아니다. 대학생이라고 학원 안 다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내고, 취업시장에서 살아남으려고 또 학원에 돈 갖다 바친다. 미친듯이 오르는 등록금 이대로 방치했다간 가정 경제 다 파탄난다.
대학은 도대체 뭔가?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상세하게 보고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등록금 인상할거면 우리들 의견 듣고 민주적으로 타협점을 찾아야할 것 아닌가. 그런데 대학 총장들끼리 모여서 7~8% 인상률 담합이니 하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학생회의 정례적인 등록금 투쟁은 정례적으로 무시해왔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의 등록금 인상은 도저히 우리가 납득할 수가 없다. 대학 등록금 올려서 그 돈 가지고 무슨 짓하는지, 우리 교육에는 얼마나 환원이 되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는가. 그 돈으로 교육비 투자하기 아까우니까 '남는 건 건물 뿐'이라는 생각으로 시설비에 비중 높이고, 학교 세입 세출 차액 조작해서 적립금은 잔뜩 쌓아 놓고, 교수들 급여성 경비나 학교의 지출성 경상비로 대부분 흥청망청 쓰는 거 우리가 모를 줄 아나. 그렇지 않아도 이전부터 우리 등록금이 교육과는 상관없는 곳에 쓰이는 것을 지켜보아 왔는데, 이제 일방적으로 등록금 올려서 또 다른 데 쓰겠다니까 두고 볼 수가 없는 거다.
사태가 이런데 교육부는 도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립대학들, 국립대학들 다 중점 감사대상 아닌가? 그런데 89년에 등록금 자율화하면서 매년 꾸준히 오르는 등록금에 대해 교육부가 문제삼았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못 들어봤다. 등록금은 대학교육의 기회균등에 큰 관련이 있는만큼 교육부가 정원정책과 연동해서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의무다. 근데 지금 교육부는 사실상 방조자를 넘어 이런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고까지 본다. 무엇보다도 교육부가 고등교육에 투자할 의지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렇게 중요하다는 대학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GDP대비 고작 0.6%, 고등교육의 사부담율(77.6%)은 OECD 국가의 무려 3배에 가깝고 평균 고등교육비는 그들의 63% 수준 밖에 안 된다. 고등교육 취학율이 80%를 넘어선 지금 '보편화'단계를 한참 넘어섰으니 이제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투자해야 할 때가 아닌가. 대학 서열화체제와 학벌사회의 영향으로 대학진학을 안 할 수가 없는 지금 교육부는 이제 고등교육의 공공성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학에 돈을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등록금 문제다. 이거 해결하지 않고서는 양극화 해소니 이런 말 다 헛소리일 뿐이다.
2. 대학의 입장
등록금 문제는 미안한 마음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욕 먹을 거 뻔히 알면서 올리는 데에는 우리도 나름대로의 절박한 사정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그런데 등록금 인상 문제를 가지고 제대로 학생, 학부모들과 협상할 수 있는 채널이 사실상 총학생회가 가장 큰데, 이들이 대화보다는 투쟁에 경도되어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총장실 점거하고 본부 점거하는 난리 통 속에서 실증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제대로 논의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대화가 성립된 총학도 학교 측의 입장은 무시하고 무조건 '등록금 동결'만 주장하니까 도대체 협상이 안되는 거다. 대화 부재의 일차적인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 데에는 총학 측의 책임도 있다는 걸 인정해라.
언론에서 자꾸 물가상승률을 들먹이면서 소비자 물가 지수와 등록금 인상율이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고 단순 비교하는데, 이것은 대학의 현실을 철저하게 외면한 시각이다. 대학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대학의 등록금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다른 경제영역, 그리고 이전 시대와는 현저하게 다른 수준으로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생각해보았는가? 그것은 대학이 교육기관인 동시에 '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육부와 시민사회의 대학평가는 대학의 교육수준보다는 연구수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교육결과보다는 연구결과가 가시적이니까. 우리도 차라리 산업사회의 대학이나 초중등교육처럼 책상 들여놓고 교수 초빙한 다음에 교육활동만 열심히 하고 그 교육활동 가지고만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대학들은 돈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 간 피말리는 연구 경쟁을 강요받고 있다. 국내 대학 간이면 다행이지, 연구의 '글로벌 경쟁'에 대한 시민사회와 정부의 강요는 필연적으로 연구의 주체인 교수들 인건비를 자꾸 상승시키고, 첨단 연구를 위한 기자재 및 시설 확충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시설확충에 대해서도 할 말 많은데, '대학 교육 여건' 평가 목록에 대학의 시설과 1인당 기자재 및 학습 시설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것은 왜 아무도 말 안하나? 대학의 적립금도 우리가 부귀영화 누리자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재단의 재정상태' 명목으로 대학이 건실하니 부실하니 평가받으니까 그런거다.
일차적인 책임은 이런 경쟁을 강요하는 교육부에 있다. 교육부 돈 진짜 안 준다. 준다고 해도 일반지원의 형식이 아니라 '특수목적지원사업비' 명목으로 몇몇 분야에만 찔끔 주고 만다. 이렇게 주는 명목과 판단의 근거도 다 양적 기준으로만 판단한 '대학 평가'다. 위에서 말한 시설비에 따른 교육여건, 적립금에 따른 재정상황 같은 눈에 보이는 것을 우선 평가항목으로 설정하고 이 평가 결과에 따라서 돈을 차등 지급한다. 이런데 우리가 피가 안 마를 수가 있나. 대학의 구조조정도 사실상 돈을 미끼로 '강제권고'하기 때문에 그나마 얼마 주지도 않는 돈 받아서 대학 운영하려면 요구하는 사항 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본격화 된 학부제만 해도 우리 그거 하기 싫었다. 그런데 학부제 안 하면 돈 안 주겠다는데 어쩌겠나. 결국 우리는 그나마 돈도 얼마 안 주는데 그 액수마저 절박하기 때문에 이렇게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는거다. 그렇다고 시민사회에서는 대학에 투자하나? 우리 나라처럼 기부 안 하는 나라도 없다. 그러면서 학생, 학부모들은 교육부에서 '연구 중심'으로 매겨놓은 대학 서열보고 안 좋은 대학이니 어쩌니 할 것 아닌가. 결국 돈 써서 성과내라고 강요하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압박 속에서, 정작 돈은 안 주니까 우리가 불가피하게 등록금을 올릴 수 밖에 없는 거다. 욕 먹을 것 뻔히 알고, 학생들한테 미안하지만 우리가 기댈 구석이 등록금 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3. 교육부의 입장
우리도 사실 역대 정권처럼 등록금 문제를 정원정책과 연동해서 쉽게쉽게 풀고 싶다. 그동안 산업사회에서는 대학교육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있었고 그게 원동력이 되어서 정원을 쥐었다 풀었다 하는 식으로 등록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까 (서민들이 체감하기는 안 그러겠지만 우리나라는 대체로 저등록금 정책을 취해왔다). 전두환 정권의 81년 졸업정원제가 가능했던 이유도 다 대학교육에 대한 시민사회의 열망이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같으면 대학은 적고 들어가려는 사람은 많아서 정원통제를 확 풀어주는 것만으로 사학 재정난이 대체로 해소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역대 정권이 생각없이 팽창시킨 고등교육 규모 때문에 대학 총 정원이 학생 수보다 많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총 정원을 늘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다.
특히 교육정책의 재앙이 시작된 시기로 보는 김영삼 정권의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부실사학의 난립을 부추겼고 이것은 정부가 부양해야 할 대학 기관의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맘 같아선 이런 부실사학들 다 구조조정 해버리고 통폐합해버리고 싶은데 사학재단들의 저항이 장난이 아니다. 국립대 통폐합에서도 그렇게 애먹었는데 사립대는 오죽할까. IMF 통제금융시대를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가 부실기업들한테 공적자금 쏟아부었기 때문 아닌가. 지금 부실사학에 일반재정지원 형식으로 투자를 늘려 OECD 국가 정도로 사학에 대한 재정규모를 확대하면 이것은 IMF 시대와 같은 우를 반복하는 거다. 대학도 마찬가지고 시민사회도 마찬가지고 교육부가 '특수목적지원사업비'를 통해 시장형 교육재정 배분 정책을 쓰는 것은 다 우리 고등교육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건전화 시키려는 선의의 차원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일차적인 문제는 역시 돈이다. 아무리 내국세의 20% 상당을 차지하는 교육예산이라지만 교육부가 고등교육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일단 봐 주었으면 좋겠다.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는 그래도 고등교육보다는 초중등교육이다. 왜냐하면 적령의 아동 전체가 취학하고 있는 의무교육을 우선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을 받는 국가의 우선적인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금을 낸 국민 스스로에게 세금의 혜택이 돌아가야한다는 측면에서도 옳은 일이다. 무엇보다도 복지적 동기를 추구하는 교육의 공공성 측면은 고등교육보다는 초중등교육이 더 크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예산 배분을 인정하리라고 본다.
그래도 지식기반사회의 핵심 기관인 대학이 국가 발전의 첨병이라는 인식으로 고등교육에 투자하려고 애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초중등교육에 70%이상 투자되던 예산을 줄이려고 지방자치단체로 권한을 이양하는 대신 지방세의 비중을 높이려고 무진 애썼다. 그 결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양여금 따위의 명목으로 중앙정부의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 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고등교육은 초중등교육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무적으로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고등교육은 어쩔 수 없이 중앙 세입을 주 재원으로 삼아야한다. 이를 위해서 초중등교육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같이 안정적인 고등교육 재원을 확보하고자, 내국세 총액의 6% 정도를 고등교육재정으로 떼어놓는 '고등교육재정지원법'을 적극 발의했었다. 그런데 기획예산처와 청와대에서 죽어도 안 된다고 하여 지금 이 법안이 3년 째 계류 중에 있다.
시민사회와 대학이 정부 부처 내에서 교육부의 설움을 알기나 하는가? 세간의 속설과 같이 청와대를 경제부처 관료들이 장악해서 만만하게 딴지거는 대상이 교육부다. 3불정책이나 평준화에 대해서 심심하면 경제논리로 시비걸지 심지어는 부동산 정책을 학군 조정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교육부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게다가 복지적 성격이 강한 교육부에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면서, 돈은 잡아먹는데 경제효과를 못 낸다고 몇 년째 채근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교육부총리 승격이니 교육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니 해도 정작 예산은 제대로 안 주는 거다. 이번 대선에서도 두고 봐라. 아무리 대선주자가 '교육비 GDP 대비 6%니 7% 달성이니 해도 취임하자마자 재경부 관료들에게 놀아날테니까. 그렇다고 국세교육세율을 현재 15%에서 30%수준으로 올리면 대학이 등록금 올리는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저항이 생기지는 않을 거다. 어쨌든 문제의 핵심은 교육부 예산의 내적, 외적 배분문제고 정부 윗선의 시장주의 논리란 거다. 교육부도 따라가야지 별 수 있나.
4. 대학등록금 문제의 본질
위의 글들은 대학등록금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각 주체의 입장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서 기술해 본 것이다. 최대한 사실관계를 살려서 재구성해보았다. 이렇게 대학과 교육부의 입장까지 열심히 기술한 이유는 대학등록금 문제의 이면을 더 성실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요즈음 대학등록금이 언론에 뜨겁게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 근거한 것이다.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다 대학과 정부의 탓이라는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대학과 정부의 책임이 큰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위에서 기술한 것처럼 대학과 정부도 그들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고 이유가 있다. 대학과 정부의 입장과 사정도 함께 고려해 보아야만 대학등록금 문제를 좀더 입체적으로 보고 문제의 본질에 더 가깝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대학 탓, 정부 탓 일색인 논의는 문제를 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의 글에서 기술한 것을 보자면, 학생과 학부모, 대학, 정부 각 주체가 대학 등록금으로 곤란을 겪는 부분은 대체로 시장주의로 인한 왜곡된 경쟁구조 위에 자리잡고 있다. 학생은 취업시장에서, 대학은 학생 모집 시장과 정부 재정 지원 시장에서, 교육부는 부처 간 예산배분 시장에서 모두 경쟁에 내몰려 있다. 각 주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상황에 공통적으로 시장주의가 개입해서 고등교육의 구조 자체가 연쇄적으로 왜곡되어 있고, 그것이 표면화 된 문제가 바로 대학 등록금 인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각 주체가 위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 문제점을 안고 있어서 이것은 분명히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단순히 누구의 탓이라고만 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바로 시장주의에서 기인한다.
이것은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선진성의 예로 아직도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유럽국가 이야기를 해보자. 흔히 무상으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독일의 대학은 1990년대 중반부터 대학의 수업료 징수 논쟁이 불거져 그 대립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독일 경제가 통일 후 세계의 신자유주의 시장에 적극 편입되면서 학생들은 취업시장의 경쟁에 내몰렸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경쟁재로서의 대학 졸업장을 요구했다. 그래서 1989년 150만명 정도였던 대학생이 현재 기준 67%나 늘어났다. 대학 학생 수가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주 정부의 세수는 시장주의 정책으로 점차 줄어들자, 그렇게 공공성을 신봉하던 독일 주정부조차 '수익자 부담 원칙'을 거론하며 수업료 징수에 나섰다. 이미 수업료 징수를 금지하는 법이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난 상태다. 이제 올해부터 많은 대학이 그동안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꺼려왔던 수업료 징수를 본격적으로 개시할 판이다. 정도는 우리 나라가 더 심하지만 그 양상은 독일과 우리가 다를 것이 없다. 교육을 둘러 싼 여러 국면에 시장주의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사태가 벌어져 '수익자 부담 원칙'과 같은 논쟁적인 부분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실제로 우리는 등록금 인상, 독일은 수업료 징수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고등교육의 시장주의적 성격을 사회적으로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하는 문제에서 발생한다. 무엇을 위한 대학교육인가?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른다면 대학교육의 수익자는 누구인가? 개인에게 귀속되는가, 아니면 국가의 발전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주는가? 내가 보기에 이 문제는 대학등록금 문제의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선결과제다. 대학교육이 국민복지적인 성격보다 개인 투자적인 성격이 강하고 그 이익도 개인에게 더 많이 귀속된다고 보는 입장과, 대학교육은 이미 보편화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보편교육으로서 국가가 복지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 이익은 국가에 귀속된다고 보는 입장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전혀 다를 것이다. 전자는 개인의 등록금 징수를 정당화하고 국가의 지원이 개별 지원 방식으로 되어야 한다고 볼 것이고, 후자는 등록금의 적정납입금 달성을 위해 국가가 고등교육에 일반재정지원 형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기관투자해야 한다고 볼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전자의 입장을 옹호한다. 대학교육은 초중등교육과는 달리 투자적인 성격이 강하고 그 이익이 개인의 지위경쟁에 돌아가는 경향이 더욱 강하다. 이를 위한 교육비를 학생에 비하여 적은 이익을 얻는 저소득층을 포함한 일반 납세자가 부담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비용이 많이 들고 인기가 높은 의대의 등록금이 비싸다고 해서 정부가 세금을 '기관투자' 에 '일반재정지원' 방식으로 의과대학에 돈을 주는 것이 타당한가? 그것은 현재 국립대가 안고 있는 '역진적 소득 재분배'의 문제를 그대로 사립대학에 재현하는 꼴이 된다. 요새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해결방안 중 많은 것들이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통한 사립대학 지원을 말하고 있다. 아무리 고등교육이 보편화 단계가 되었다고 해도 고등교육의 개인투자적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80%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나머지 20%의 세금까지 대체로 중상위층 출신이 많은 대학교육에 기관투자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학등록금 문제의 해결은 시장주의의 '부정'이 아니라 시장주의의 '극복'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정부가 고등교육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원을 투자하는 방식이어야 함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데, 그 적절한 방식은 기관투자의 형식이 아니라 학비보조제도와 학자금 대출과 같은 개인지원 방식이라고 본다. 학생 개인에게 폭넓은 국고장학금 혜택이 돌아가서 실질적으로 개인이 납입하는 금액을 적정납입금으로 낮추고, 그 적정 납입금도 학자금 대출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결국 대학에는 학생 개인에 대한 지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돈을 지원하는 방식이 된다. 이것이 더욱 능률적이고 형평성 있게 공공재정을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역시 문제는 이 공공재원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마련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작년 말부터 여야 3당이 모두 이와 유사한 방식의 법안을 상정해 놓았고, 며칠 전 학자금 대출 학생의 70%의 이자를 감면한다는 교육부 발표도 있었으니 현재 방향은 옳게 잡았다고 본다. 주목할 것은 시장주의를 절대 신봉하는 한나라당이 등록금 감면 법안을 내놓았다는 점, 그리고 학자금 대출 감면 정책에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겠다. 시장이 존속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극복하려는 좋은 징후로 받아들인다.
현재 대학등록금 규모는 10조원 정도다. 교수노조나 민노당에서 주장하는 '등록금 후불제'가 가능하려면 10조원의 자금 풀이 조성되어야 한다. 한편 한나라당의 '등록금 반으로 줄이기' 정책은 5조원이 필요하다. 현재로서 타당한 대안은 10조원 이상의 국채발행으로 국가 재정에 무리를 주는 전자의 방식보다는, 그나마 정부의 예산 규모 내에서 법률 제정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방식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의 것이라기 보다는 '이주호 의원'의 법률안이라고 보는 것이 낫겠다;;). 정부의 경직성 경상비를 10%만 감액해도 1조 3천억원이다. FTA를 비롯한 정권홍보비용이나 불요불급한 국책사업들(예를 들어 45조원+알파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행정특별도시 건설사업)만 정리해도 5조원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마련할 수가 있다는 것이 재정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렇게 마련된 5조원을 학자금 대출보다는 국고 장학기금의 확충에 써야한다. 학자금 대출은 어차피 일종의 대부(Loan)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별지원의 첫번째 방식은 '국고 장학 기금 확충'을 통한 개인 납입금의 적정화라고 본다. 한나라당 법률안만이라도 통과되어서 개별 학생들 등록금의 50%를 저소득층을 우선으로 국고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 장기적으로는 고용보험기금도 활용하고 고등교육재정지원법의 제정을 통해서 국고 장학기금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꾸준한 문제제기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더 나은 세상'이다.
# by | 2007/02/19 20:12 | 교육-에세이 | 트랙백(3)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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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고학력 인플레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는 터라.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이 글 저희 반 커뮤니티에 퍼 가도 될까요?
감탄이나 소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냥 '긴 글'입니다;; 퍼가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제 글이 좋은 논쟁거리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기뻐하겠습니다.^^
우선 <대학의 입장>에 경우, 대학의 시설과 1인당 기자재 및 학습, 그리고 가시적인 연구성과를 근거로 대학평가를 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들으니까 국공립대통합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알 거 같아요. 대학평가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을 선택하니까요. 국공립대통합에 대해서도 개론적인 정도만 알고 있어서 좀 더 공부를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구요.
또, 예전에 2002년이었던가? 한완상 교육부총리께서 기업에서 채용할 때 원서에 <대학이름>을 기재하지 않도록 이야기가 나왔었다고 하는데, 그런 방안도 필요한 거 같구요.
그래서 대학이 더이상 권력과 출세의 장으로 나아가지 않게 되는 사회가 되었을 땐, 대학에 규모를 좀 더 줄였으면 좋겠어요. 저는 웬델 베리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지금에 대학이라는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소규모에 배움공동체를 이루어나가는 게 더 인간적인 교육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배움에 대한 갈증에서 서로가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겠단 생각을 하는데, 지금으로선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만..
'고등교육의 시장주의적 성격을 사회적으로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이후 이어지는 세 문단은-해결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좀 더 생각해본 후에 덧글 달게요.
많이 배웠습니당~ 글구 저희 학교에서 등록금투쟁하는 온라인카페가 있는데, 보클레어님 글을 퍼가도 될까요?^^*
왕도비정도님이 말씀하시는 생명평화결사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가네요. 웬델 베리가 말하는 소규모 배움공동체에 관해서도 그렇구요.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배움 공동체에 관한 논의는 현대 교육학계의 주요 화두 중의 하나인데, 그 쪽 진영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나 봅니다. 근대의 학교교육 제도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 탈학교 담론들이 사회의 곳곳에서 변주되고 있기는 하지만, 저같은 '반동분자'는 아직도 시스템의 힘과 아름다움을 믿는 편입니다. 소규모 배움 공동체도 평생학습사회의 제도적 틀 안에서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거든요. 그리고 그 제도를 완결성 있게 가다듬어 가는 과정이 저의 주요한 관심 지점이구요.^^*
왕도비정도님의 취향과 상당히 부합하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퇴임하신지 이제 꽤 되신 '장상호' 교육학 교수님입니다. 교육학계에서는 교육학의 틀을 근본적인 입장에서 다시 쓰려고 하신 분으로 유명한데, 그 분의 교육학적 사상체계의 많은 부분이 동양철학과 관련해 있거든요. 저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고서야 잘 이해를 못하고 믿지도 않는 아둔한 인간보다는, 원리와 사변의 세계에 좀더 재능이 있는 왕도비정도님이 입문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분이 대학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볼 지 정말 궁금해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생각의 틀을 보여주시는 분이니까요. 나중에 혹시 시간이 되시면 장상호 교수의 '학문과 교육'시리즈 상중하 세 권을 읽어보세요. 저는 왠지 왕도비정도님이 그 사상을 잘 내면화하실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 글을 커뮤니티에 퍼가시면 욕 먹을텐데;;ㅋ 저는 괜찮습니다만 읽는 많은 사람들을 짜증부터 나게 만들까봐 걱정입니다. 혹시 거기서 좋은 이야기나 글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 있으면 꼭 전해주세요.^^*
별것 아닌 제 포스팅이 트렉백에 걸려있다는게 부끄럽군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대학교의 입장까지만 읽었는데도 멋진 글이네요.
제 글이 현재의 단지 만족하자는 취지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운동권 친구들의 상투적인 어법인 '세상은 갈수록 나빠져만 가고 있다.'라는 식은 좀 지양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글을 썼어요. 사실 '세상은 갈수록 나빠져만 가고 있다'는 식의 극단적인 비관론은 FTA찬성론자들도 공감하고 있는 내용이죠.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 한쪽은 혁명으로, 한쪽은 세계화로. 그 돌파구를 뚫고 있지만 말입니다. 조금만 고개를 틀어보면 한국에서 사회개혁이니 하면서 아웅다웅 하지 말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작은 자격증을 하나 따서 복지시스템이 잘되있는 북유럽 국가로 이민가면 그만이거든요. 한국사회에 대한 비관론과 북유럽 이민론은 사실 아주 작은 차이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비관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은 비관해야 되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근거와 경험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교육과 의료문제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들인데, 현재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모든 대학생의 학자금이 무료가 되는 상황도 좀 의외의 문제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같은 학자금을 지원받더라도 명문대 학생일 수록 '졸업장의 효력/학자금'이라 할수 있는 학자금당 졸업장 효과가 큽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정부가 명문대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효과가 있죠. 이것이 사회정의론의 입장에서 올바른가는 그렇게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주제인것은분명합니다.
또한 만년 대학생의 문제나, 반수생의 급증도 나올 수 있죠. 대학에 적만 걸어놓고 매년 수능을 보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학교 측면에서는 돈을 정부에서 대주니 학교만 세우면 정부돈을 공들이지 않고 타먹을 수 있는 '눈먼돈'이 될 수도 있지요.
한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그에 따른 다른 문제들을 복잡하게 파생시키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면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겠지요.
의료 문제는 조금더 복잡한데, 한국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고급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것은 열에 아홉은 대학종합병원에서 '수련의'라는 이름으로 착취당하는 고급인력덕분입니다. 이들은 전공의를 딴 후 개원시 받게될 경제적,사회적 보상만을 바라보며 스스로 착취를 받고 있고, 병원측은 이들을 이용해 싼 값에 병원을 운영하고 있죠.그리고 환자들은 이러한 시스템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점차 개원의들의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고요. 병원측에서는 싸게 착취할 수 있는 수련의를 더 많이 공급받으려 하기 때문에 의사 정원을 늘리고자 하고, 의사 정원이 늘수록 의사들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소득은 감소할 것이며 이에 따라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현재의 착취에 저항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환자들에게 보다 많은 의료비용를 지불하기를 요구하게 되겠죠.
의료수가를 올리느냐 내리느냐 하는 문제도 상당히 복잡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비싼 학비를 내면서 6년동안 공부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비슷한 년수동안 착취당한 이들이 후에 납득할만한 사회경제적인 지위를 갖지 못하면, 내과의사가 성형수술을 하고 외과의사가 점빼기 시술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도 벌어질 수도 있기 떄문이죠. 생명을 다투는 외과수술이 치아교정보다 적은 돈을 받는 현 시스템의 보상시스템도 한번 검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보상체계'와 '공공성' 모두를 고려한 최적의 시스템을 도출한다는 것은 매우 골치 아프지만 피할 수 없는 노정이겠죠.
한국 사회에 대한 비관론,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근본주의적 입장의 맹점에 대해서는 저도 적극 공감합니다. 1980년대 맑스 식 경제 결정론의 21세기 변주 격인 '신자유주의 환원주의'나 현재 FTA 찬성론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시장 근본주의'는 사실 두 입장 모두 '교조주의'라는 점에서 쌍생아나 다름없지요. 이 교조주의는 마치 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처럼 모든 사회현상을 계급/민족 문제나 혹은 시장으로 환원하려는 환원주의라는 점에서 또 비교될 수가 있다고 봅니다. 이 교조주의의 충돌이 현재의 과잉정치담론을 생산해내고 있고, 그것이 현실을 제도적, 역사적 맥락에서 정직하게 바라보는 데에 심각한 장애가 된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새로운 세상님과 저의 입장이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교조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수정주의' 혹은 '개량주의'의 노선을 걷는 회색분자로 비추어지겠지요.
그렇지만 그들의 '비관론'이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빗나간 열정'일지언정, 그들의 뜨거운 문제의식 자체는 북유럽 이민론자들과 비교되며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조주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북유럽으로 이민을 가는 사람들 모두 '한국 사회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지만, 한 쪽은 그 문제인식에서 그나마 변혁을 위한 열정을 이끌어내고 있고 다른 한쪽은 좌절하고 그냥 엑소더스 해버리는 거니까요. 이를테면 제가 소방서에서 종종 보는 자살하는 사람과 자살 소동을 벌이는 사람의 차이일 겁니다. 자살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한 극단적인 비관에서 좌절을 해버리고 발붙인 현생을 조용히 마감합니다. 한편 자살 소동을 벌이는 사람들은 현실을 비관하더라도 그 자체가 살기 위한 몸부림이죠. 제가 생각하는 좌절과 열정의 차이는 정말 큽니다. 80년대 철없는 아마추어 좌파들의 현실 인식이 대단히 조악했다고 할 지언정, 밤잠을 설쳐가며 문제를 끌어안고 운동으로 실천했던 그들의 문제의식과 열정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등록금 무료화'를 주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트랙백한 글을 자세히 읽어보시면 '국고 장학 기금 확충을 통한 개인 납입금의 적정화'가 제가 생각하는 대안입니다. 소득계층 별 대학 교육을 위한 학부모부담 기대액을 적용하면 우리의 경우 가계소득 중 등록금 부담 비율이 20%이내가 적정한데, 지금은 훌쩍 넘어가고 있거든요. 저도 10조원 이상의 국채발행을 통해 국가 재정에 무리를 주면서 님이 말씀하신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는 '등록금 무료화' 방안에는 반대합니다. 무엇보다 개인의 지위경쟁에 그 이익이 돌아가는 성격이 강한 고등교육에, 저소득층을 포함한 일반납세자가 부담해야한다는 '역진적 소득재분배'의 문제가 말씀하신 '학자금 대비 졸업장 효력'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사회정의적 문제니까요. 그렇지만 현재 보편교육의 단계를 넘어선 고등교육에 국가가 역사적으로 책임을 방기해 온 문제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현재 제반 사회환경의 시장주의로 인한 왜곡된 경쟁 구조에도 분명히 정책적 처방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경계하는 것은 교조주의자들의 비관론을 반대하는 입장이 현실의 부정적인 구조를 간과하고 막연한 긍정으로 흘러버리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이 주장하시는 것도 그런 종류의 긍정은 아니었다는 것은 알지만, 그 위험성만큼은 경계해야겠지요.
의료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없지만 '정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고급의 의료혜택을 받고 있는가' '개원의들의 경제적 여건이 정말 어려워지고 있는가' '수련의들의 공급을 위해 정말 의대 정원이 늘고 있는가. 오히려 의사 내부의 착취구조가 아니라 의사 집단의 전체적인 이익을 위해 정원 축소가 행해지고 있지는 않는가' '메디컬 스쿨의 정원 문제, 등록금 장벽 문제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라는 사실관계의 물음을 생각해볼 때 일반환자와 시민의 입장에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답글을 쓰는 동안 MBC 뉴스데스크에서 치과의사들의 임플란트 시술에 거품이 많다는 보도가 나왔네요. 업자들의 리베이트와 결탁한 개원의들의 폭리가 '그들이 납득할 만한 사회경제적 지위'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일부의 문제인지, 어떤 구조와 맞닿아 있는 문제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윽, 그런데 답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새로운 세상님의 블로그에 공해가 될 수 있는 답글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새로운 세상님의 좋은 의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포스팅, 멋진 덧글 기대하겠습니다.^^*
문단 하나마다 깊은 내공이 느껴진달까요^^
트랙백 보내겠습니다~
예산배분은 중요한 일이지요. 제 글에서야 대학입시전형가지고 쓸데없이 싸우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초중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뿐이지, 연구기관으로서의 대학에 대한 지원은 분명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희 부부가 반농담 반진담으로 '사립대의 기여입학제'에 대한 대화를 나눴었어요. 기여입학제를 적극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국립대가 아닌 사립대에서 적절한 규제하에 시행한다면, 저소득층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기여입학 수입의 일정비율은 반드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데 쓰도록 한다면, 부족한 예산에 따른 교육 불균형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테니까요.
어차피 우리나라 정서상 시행되기 힘든 제도겠지만..^^;(그리고 일반인이 이렇게 잡담으로 떠든 것 이상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기도 하고) 정말 예산이 안 나온다면 있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게 하나의 돌파구는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저같은 경우는 법리적, 교육적, 재정적, 사회적 측면에서 모두 기여입학제를 반대하는 편입니다. 일종의 상업적 바터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요. 기부금 입학제가 징수된 거액의 기부금을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원함으로써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한다는 주장은, 제 생각에는 부자의 돈을 털어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의적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논리와 유사합니다. 그러한 교육비 지원이나 소득재분배는 정부 차원에서 세법을 통해, 고등교육재정에 관한 분배정책을 통해 할 일이지, 굳이 부수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개별 대학이나 개인의 기여입학제에 의존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그 '부수적인 문제'라는 것이 매우 크죠. 이미 우리 교육계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지목되는 '대학 서열화'가 이제는 돈에 따라 서열화가 공고해지는 상황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겁니다. 돈으로 살만한 가치가 있는 소수의 사립대 졸업장과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사립대가 극적으로 분화되겠죠. 이것이 사학의 재정난을 해결하는 실질적인 묘책이 아니라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결국은 턱없이 낮게 책정된 우리의 고등교육예산을 늘리는 일에서 시작해서 사립대에 적절한 방식으로 분배하는 정부의 액션이 가장 주효할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