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28일
스웨덴 교육의 변화와 자립형 사립고
스웨덴 보수당 집권 이후의 교육
대학원 BK21 사업단이 스웨덴의 국가 교육청 국장을 초빙해 강연을 연다기에 한 번 가보았다. 주제는 스웨덴 보수당 집권 이후 교육 시스템의 변화에 관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연말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집권한 스웨덴 우파의 총선 승리를 기억할 것이다. 국내 보수언론들이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안이 토대로 하고 있는 스웨덴 복지 사회 모델을 스웨덴 자신이 부정했다!'며 호들갑을 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긴 프랑스 우파의 대선 승리 이후에 이명박 후보가 사르코지 '동지' 운운했던 것에 비하면 차라리 점잖은 편이기는 했다.
당시 스웨덴 우파의 총선 승리를 복지 모델에 대한 민심 이반이 아니라고 분석한 한겨레 등의 평론은 타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정확히 민심을 분석하는 데까지만 옳았다. 그들이 '좌파적 우파'라고 장담해 마지 않던 스웨덴 보수당은 집권하자마자 부유세를 폐지해버렸으니 말이다. 저소득층과 중간 계급의 세금을 감면하되 복지 정책만큼은 사민당보다 잘하겠다고 약속했던 보수당의 모습은 스웨덴 국민들이나 국내 진보 언론들의 기대와는 다소 어긋나고 있다. 이명박의 유럽 우파에 대한 연정만큼이나 스웨덴 사민당을 '동지'로 부르고 싶었을 국내 진보 세력은 씁쓸한 시선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스웨덴 국가 교육청 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육 분야라고 해서 '우회전'의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국장의 말마따나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교육 평준화를 이룩했던 스웨덴의 교육은 우파의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다. 'school for all'의 기치 아래 만들었던 좌파의 '통합학교'는 능력에 따라 학생들을 선별하자는 논리에 따라 3종류의 학교로 분화될 예정이다. 의무교육 기간에 보는 국가 시험의 과목과 횟수도 더 늘리고, 이 성적에 따라 상위 중등학교 진학이 결정되는 시스템 또한 공고해지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 상위 중등학교에 진학할 때의 '학교 선택제(school choice)'라고 한다. 1991년부터 3년 간 있었던 우파의 단기 집권 기간동안 마련된 학교 선택제는 이후 15년 동안 논란 속에 유지되어 오고 있다. 1994년 재집권한 사민당은 민간에 경영을 위탁한 '자율학교'의 확산과 이 학교를 둘러싼 학교 선택제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미 민간으로 넘어간 학교의 운영권을 다시 찾아올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 우파의 집권 이후 학교 선택제는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자율학교는 대도시의 각급 학교에서 10%를 넘어가고 있다.
학교 선택제와 한국의 자립형 사립고
학교 선택제는 미국과 영국, 스웨덴을 비롯한 주요 OECD 국가들에서 지난 수십년 간 가장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제도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교평준화 논란 정도가 될까. 실제로 미국의 바우처 제도나 차터 스쿨, 영국의 중앙정부 보조학교는 학부모와 아동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학교 간 경쟁을 통해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확보하려 했다. 미국이 훨씬 시장주의적일 것이라는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미국의 학교선택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통해 계층간 교육기회의 형평을 도모하려는 방향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에 반해 영국은 취약 계층을 위하여 투입되는 예외적 용도의 예산을 최소화하려는 좀더 시장주의적인 의도를 견지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서구식 학교 선택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보다 그것이 계급적이고 인종적인 차별을 노정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공동체주의적이고 평등주의적인 의식이 강하다는 스웨덴에서조차 학부모들이 학교를 선택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이민자들과 섞이기 싫어서'라고 한다. 아동의 다양한 관심과 성취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하고 학교를 다양화하여 선택의 폭을 늘려도, 결국 학부모들은 학교를 선택할 때 거의 전적으로 학교의 인종 구성과 같은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인종 구성이 사회경제적 계층 구성과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보면, 이 경우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은 좀더 다양하고 만족스러운 형태의 교육서비스를 가져오기 보다는 학업성취와 계급에 기초한 학교의 기존 위계질서를 강화시키는 측면이 우세하다.
한국 사회의 학교 선택제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는 화두인 '자립형 사립고' 또한 이러한 계급적 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립형 사립고가 과연 도입 취지처럼 학교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일까. 정말 학교 교육의 다양성과 학부모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서라면 왜 대안학교의 제도적 인가 문제에 그렇게 미온적이었는가, 왜 요리고, 디자인고, 애니매이션고와 같은 특성화 고등학교를 더욱 확대하고 지원할 생각은 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사실 궁색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립형 사립고가 충족시키고자 하는 학부모의 선택권이라는 것은 성적과 계층에 따른 그룹핑, 심하게 말하면 평준화로부터의 계급적 엑소더스에 가깝다. 그것은 서구의 인종적인 이유와는 다소 다르지만 학업 성취와 대학 진학이라는 도구적 목표에 수렴한다는 점에서 오십보백보다.
내가 굳이 자립형 사립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스웨덴 보수당의 집권이 가져온 스웨덴 학교 시스템의 변화가 대선을 앞둔 정국에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서울 시장 시절에도 강북의 자립형 사립고 설립, 특목고 확대를 추진한 바 있다. 역시 이번 대선 교육 공약에서도 전국의 자사고, 특목고 확대 조항을 찾을 수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김대중 정부 시절 몇 개의 시범학교를 지정하여 운영되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평준화는 절대 건드릴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5년 동안이나 묶여 있는 상태다. 정권교체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여기서 표명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자립형 사립고의 무분별한 확대는 교육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한반도 대운하만큼이나 우려스러운 일이다.
자립형 사립고를 외국의 학교 선택제와 단순 비교를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학생 납입금 때문이다. 스웨덴의 자율학교는 전적으로 국가 재정의 지원을 받고, 미국의 차터스쿨이나 영국의 중앙정부 보조학교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교육비의 공적 부담'이라는 공고한 토대 위에서 학교 선택제를 시행하고 있는데도 적지 않은 계급적 논란에 휩싸인다. 이에 반해 자립형 사립고는 말 그대로 '재정의 자립'을 의미하기 때문에 학생 납입금의 고액화는 필연적이다. 교육의 사부담 위에서 시행되는 학교 선택제라는 말이다. 여기에 적극적인 정책적 배려가 없다면 교육 기회의 평등은 심각하게 훼손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아직 이러한 일각의 우려가 충분히 불식되지 못하고 5년 간이나 잠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식 리더십으로 자립형 사립고가 본격적으로 지정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3불정책 담론의 진원지이자 초등 사교육의 최대 목표인 특목고가 몇 배로 늘어나는 효과가 어떤 것인지 우리는 아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능력을 지닌 학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그 능력에 상응하는 지원을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나는 상이한 능력, 특성, 기대를 지닌 사람들을 소화해내지 못하는 현재의 평준화가 어떤 식으로든 개선되고 보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 방식이 오직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 확대라는 공식으로만 사유되는 것에는 명백히 반대한다. 상술하였듯이 대안학교를 제도적으로 끌어들이거나, 현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디자인고, 컴퓨터고, 애니매이션고와 같은 특성화고등학교를 더욱 확대하고 지원하는 방향도 있다. 자립형 사립고를 반대하는 것이 오로지 평준화 수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학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하더라도 획일화된 국가 교육과정이 유지된다면 그 의미가 떨어진다. 학교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단지 '학교 선택'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교육과정 다양화'의 차원에서도 생각해야하는 이유이다.
중산층의 학교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보다는 소외계층에게도 중산층이 향유하는 수준에 상응하는 선택의 범위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학교 선택제를 꾸려가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 선택제는 계급적으로 상위의 시각만을 반영하고 있고 또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TV에서 이명박 후보의 얼굴을 볼 때마다, 변화된 스웨덴 교육과 디자인고에 가겠다는 가난한 나의 친척동생이 자꾸 오버랩되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대학원 BK21 사업단이 스웨덴의 국가 교육청 국장을 초빙해 강연을 연다기에 한 번 가보았다. 주제는 스웨덴 보수당 집권 이후 교육 시스템의 변화에 관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연말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집권한 스웨덴 우파의 총선 승리를 기억할 것이다. 국내 보수언론들이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안이 토대로 하고 있는 스웨덴 복지 사회 모델을 스웨덴 자신이 부정했다!'며 호들갑을 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긴 프랑스 우파의 대선 승리 이후에 이명박 후보가 사르코지 '동지' 운운했던 것에 비하면 차라리 점잖은 편이기는 했다.
당시 스웨덴 우파의 총선 승리를 복지 모델에 대한 민심 이반이 아니라고 분석한 한겨레 등의 평론은 타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정확히 민심을 분석하는 데까지만 옳았다. 그들이 '좌파적 우파'라고 장담해 마지 않던 스웨덴 보수당은 집권하자마자 부유세를 폐지해버렸으니 말이다. 저소득층과 중간 계급의 세금을 감면하되 복지 정책만큼은 사민당보다 잘하겠다고 약속했던 보수당의 모습은 스웨덴 국민들이나 국내 진보 언론들의 기대와는 다소 어긋나고 있다. 이명박의 유럽 우파에 대한 연정만큼이나 스웨덴 사민당을 '동지'로 부르고 싶었을 국내 진보 세력은 씁쓸한 시선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스웨덴 국가 교육청 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육 분야라고 해서 '우회전'의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국장의 말마따나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교육 평준화를 이룩했던 스웨덴의 교육은 우파의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다. 'school for all'의 기치 아래 만들었던 좌파의 '통합학교'는 능력에 따라 학생들을 선별하자는 논리에 따라 3종류의 학교로 분화될 예정이다. 의무교육 기간에 보는 국가 시험의 과목과 횟수도 더 늘리고, 이 성적에 따라 상위 중등학교 진학이 결정되는 시스템 또한 공고해지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 상위 중등학교에 진학할 때의 '학교 선택제(school choice)'라고 한다. 1991년부터 3년 간 있었던 우파의 단기 집권 기간동안 마련된 학교 선택제는 이후 15년 동안 논란 속에 유지되어 오고 있다. 1994년 재집권한 사민당은 민간에 경영을 위탁한 '자율학교'의 확산과 이 학교를 둘러싼 학교 선택제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미 민간으로 넘어간 학교의 운영권을 다시 찾아올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 우파의 집권 이후 학교 선택제는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자율학교는 대도시의 각급 학교에서 10%를 넘어가고 있다.
학교 선택제와 한국의 자립형 사립고
학교 선택제는 미국과 영국, 스웨덴을 비롯한 주요 OECD 국가들에서 지난 수십년 간 가장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제도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교평준화 논란 정도가 될까. 실제로 미국의 바우처 제도나 차터 스쿨, 영국의 중앙정부 보조학교는 학부모와 아동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학교 간 경쟁을 통해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확보하려 했다. 미국이 훨씬 시장주의적일 것이라는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미국의 학교선택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통해 계층간 교육기회의 형평을 도모하려는 방향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에 반해 영국은 취약 계층을 위하여 투입되는 예외적 용도의 예산을 최소화하려는 좀더 시장주의적인 의도를 견지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서구식 학교 선택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보다 그것이 계급적이고 인종적인 차별을 노정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공동체주의적이고 평등주의적인 의식이 강하다는 스웨덴에서조차 학부모들이 학교를 선택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이민자들과 섞이기 싫어서'라고 한다. 아동의 다양한 관심과 성취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하고 학교를 다양화하여 선택의 폭을 늘려도, 결국 학부모들은 학교를 선택할 때 거의 전적으로 학교의 인종 구성과 같은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인종 구성이 사회경제적 계층 구성과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보면, 이 경우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은 좀더 다양하고 만족스러운 형태의 교육서비스를 가져오기 보다는 학업성취와 계급에 기초한 학교의 기존 위계질서를 강화시키는 측면이 우세하다.
한국 사회의 학교 선택제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는 화두인 '자립형 사립고' 또한 이러한 계급적 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립형 사립고가 과연 도입 취지처럼 학교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일까. 정말 학교 교육의 다양성과 학부모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서라면 왜 대안학교의 제도적 인가 문제에 그렇게 미온적이었는가, 왜 요리고, 디자인고, 애니매이션고와 같은 특성화 고등학교를 더욱 확대하고 지원할 생각은 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사실 궁색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립형 사립고가 충족시키고자 하는 학부모의 선택권이라는 것은 성적과 계층에 따른 그룹핑, 심하게 말하면 평준화로부터의 계급적 엑소더스에 가깝다. 그것은 서구의 인종적인 이유와는 다소 다르지만 학업 성취와 대학 진학이라는 도구적 목표에 수렴한다는 점에서 오십보백보다.
내가 굳이 자립형 사립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스웨덴 보수당의 집권이 가져온 스웨덴 학교 시스템의 변화가 대선을 앞둔 정국에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서울 시장 시절에도 강북의 자립형 사립고 설립, 특목고 확대를 추진한 바 있다. 역시 이번 대선 교육 공약에서도 전국의 자사고, 특목고 확대 조항을 찾을 수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김대중 정부 시절 몇 개의 시범학교를 지정하여 운영되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평준화는 절대 건드릴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5년 동안이나 묶여 있는 상태다. 정권교체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여기서 표명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자립형 사립고의 무분별한 확대는 교육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한반도 대운하만큼이나 우려스러운 일이다.
자립형 사립고를 외국의 학교 선택제와 단순 비교를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학생 납입금 때문이다. 스웨덴의 자율학교는 전적으로 국가 재정의 지원을 받고, 미국의 차터스쿨이나 영국의 중앙정부 보조학교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교육비의 공적 부담'이라는 공고한 토대 위에서 학교 선택제를 시행하고 있는데도 적지 않은 계급적 논란에 휩싸인다. 이에 반해 자립형 사립고는 말 그대로 '재정의 자립'을 의미하기 때문에 학생 납입금의 고액화는 필연적이다. 교육의 사부담 위에서 시행되는 학교 선택제라는 말이다. 여기에 적극적인 정책적 배려가 없다면 교육 기회의 평등은 심각하게 훼손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아직 이러한 일각의 우려가 충분히 불식되지 못하고 5년 간이나 잠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식 리더십으로 자립형 사립고가 본격적으로 지정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3불정책 담론의 진원지이자 초등 사교육의 최대 목표인 특목고가 몇 배로 늘어나는 효과가 어떤 것인지 우리는 아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능력을 지닌 학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그 능력에 상응하는 지원을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나는 상이한 능력, 특성, 기대를 지닌 사람들을 소화해내지 못하는 현재의 평준화가 어떤 식으로든 개선되고 보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 방식이 오직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 확대라는 공식으로만 사유되는 것에는 명백히 반대한다. 상술하였듯이 대안학교를 제도적으로 끌어들이거나, 현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디자인고, 컴퓨터고, 애니매이션고와 같은 특성화고등학교를 더욱 확대하고 지원하는 방향도 있다. 자립형 사립고를 반대하는 것이 오로지 평준화 수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학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하더라도 획일화된 국가 교육과정이 유지된다면 그 의미가 떨어진다. 학교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단지 '학교 선택'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교육과정 다양화'의 차원에서도 생각해야하는 이유이다.
중산층의 학교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보다는 소외계층에게도 중산층이 향유하는 수준에 상응하는 선택의 범위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학교 선택제를 꾸려가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 선택제는 계급적으로 상위의 시각만을 반영하고 있고 또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TV에서 이명박 후보의 얼굴을 볼 때마다, 변화된 스웨덴 교육과 디자인고에 가겠다는 가난한 나의 친척동생이 자꾸 오버랩되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 by | 2007/08/28 18:04 | 교육-에세이 | 트랙백 | 덧글(3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1932년 이후 스베리예사회민주노동당의 집권 기간은:
1932~1976(1936년에 1달정도 제외)/1982~1991/1994~2006입니다.
스웨덴에서도 1970년 이전까지는 선거가 4년 주기였는데 1970년부터 3년 주기가 되었다가 1994년 이후 다시 4년 주기로 실시합니다.
1. 스웨덴 우파의 단기집권을 1991년부터 1994년까지로 알고 있어서 저는 막연히 91,92,93,94 이렇게 4년 간의 집권으로 거칠게 계산했었습니다. 이런 수치상의 오류들은 마치 작가가 맞춤법을 틀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치명적인 부분이죠. 지적 감사합니다. 그리고 국장의 강의에서 교육정책의 단위가 3~4년이라고 했는데 그 궁금증도 풀렸군요. 의회임기에 대한 좋은 정보 잘 들었습니다.
2. 유럽 정치 지형 변화의 의미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재단하는 남한 극우파(적절한 표현입니다)의 아전인수격 해석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지요. 우파 4당 연합론의 '복지국가 미세조정론'이 거짓이었다는 것은 제가 국내 언론을 통해 접한 것인데, ghistory님도 가까이서 그렇게 보신다니 좀더 확신이 드네요.
3. 국내 진보 언론에서 스웨덴 복지 모델의 균열 현상으로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이 '부유세 폐지'였죠. 물론 종부세 감면이나 이민자 정책 또한 비중있게 지적하기는 했지만요. 부유세 폐지로 인해 8조원 가량의 재정적자가 생겼고, 이것을 국영기업 매각 등을 통해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실험 보험 급여를 축소했다는 것이 보도의 내용이었습니다. 부유세와 실업보험제도가 인과관계를 가진 것인지, 아니면 ghistory님 말씀처럼 각기 독립된 의제로 다루어지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4. 그런 이민자들의 경향적 증가 추세가 학교 현장에도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국장의 강연에서도 segregation이 현재 스웨덴 교육의 주요 화두라고 말하더군요. 대도시 학부모의 90%가 school choice를 원한다고 하던데, 이것은 10%의 이민자 비율과 관련이 있는걸까요. 실제로 의무교육에서 스웨덴은 원주민인 sami족의 학교를 별도로 세워 운영하고 있죠. 이민자 정책, 특히 이민자 학교 정책을 앞으로 우파 집권당이 어떻게 운영할지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6. 1994년 재집권으로 원문 수정했습니다^^ 사민당 집권기간을 '70년 정도'로 뭉뚱그려보고 있었어요. 우리나라 민주노동당이 70년을 집권한 이후의 사회는 어떨지 상상해보기도 하구요.
7. 사민당 정부에서도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자율학교의 확대와 학교 선택제를 반대할 수는 없었다고 하더군요. 사립학교를 금지하지 못하고 단지 이윤추구만을 금지하겠다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였겠죠.
8. 이민자 기피의 '문화'와 이민자 수용 '정책'은 조금 다른 영역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은 항구적으로 이민자를 기피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도, 정부는 필요에 따라 이민자를 적극 유치할 수도 있고, 아니면 본토 국민의 요구에 따라 암묵적인 segregation 정책을 펼 수도 있는게 아닐까요. 마치 우파 집권당의 스쿨초이스처럼 말입니다.
우파 4당연합: 온건연합당+중앙당+그리스도교민주주의자들+자유주의국민당 4당이 2006년 선거 이전에 선거를 치르고 나서는 과거와 달리 정당별 독자행동으로 페르손 소수내각을 관용하거나 사안별 지지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결성한 협의체입니다. '스베리예를 위한 동맹'(Allians för Sverige) 이라 지칭하며, 약칭은 '동맹' 입니다.
스웨덴은 의외로(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경제부문에서 국공영기업들이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비중이 대단히 낮았습니다. 그래서 사실 팔 만한 게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닙니다. 통신+항공+술 판매(음주억제와 조세수입용)+의약품 판매(오랜 전통) 뭐 이 정도가 생각나는군요. 의외로 국공영기업들은 적습니다.
소련공산당 74년 집권(1917~1991)
멕시코 제도혁명당 71년 집권(1929~2000)
이고 SAP가 1932~1976 44년+1982~1991 9년+ 1994~2006 12년+1920년대 총 1~2년이면 66~67년 정도 집권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노동시장청(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이 그렇지요. 남한식으로 설멸하면 '청' 처럼 agency가 department의 한 부분이 아니라 따로 그 산하에 독립해 있는데. 운영 방식은 '위원회' 방식이죠. 남한의 '청' 과는 다르게 말이죠.
-->아아 격하게 동감 ㅠㅡ
이번에 노회찬 의원이 경선에서 '온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걸었는데 마음에 와 닿더라구요. 특히나 예체능 교육은 더더욱 돈 없으면 멀어지는;;;
비공개 / 제가 오늘 오후부터 포항에 내려갔다가 내일 올라올 예정입니다. 오늘 중으로 전화연락드리겠습니다 :-)
은하 / 어제 민노당 UCC 토론회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저는 노회찬 의원이 왜 그리 귀여운건지!ㅋ '온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는 나라'가 함의하는 학교 교육의 비전은 이상적이지만 뼈가 있네요. 현재로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과후 학교를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더욱 내실있게 정착시키는 것이 첫째 과제라고 봅니다. 아직까지 저는 민노당의 국가 무상의무교육이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등의 방안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
비공개2 / 이글루스가 워낙 쿨한 블로그라 집들이에 가려고 해도 가지고 갈 도토리나 은화가 없네요; 저 또한 앞으로의 좋은 인연을 바랍니다^^
비공개3 / 별 말씀을요. 님이 덧글조차 부담느끼시는 제 블로그의 무지막지한 길이가 새삼 부끄럽네요; 행시 교육직렬은 한 때 제 필생의 꿈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님의 칭찬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비공개4 / 저는 이전 닉네임이 더 좋지만 지금 것도 나쁘지 않아요ㅋ
이명박이 '자립형사립고'확대같은 정책도 내걸었었군요.
스웨덴의 학교선택제와 우리나라의 자립형사립고에 관한 이야기 잘 읽었어요. 그런데 덧글에서 민주노동당의 무상교육은 아직 반대라고 하셨는데,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데요?^^ 여쭤봐도 될까요?
<비교민주주의연구> 3집 1호(비교민주주의연구센터, 2007. 6)
스웨덴 모델의 제도적 변화: 정책 전환의 정치(1970-2000): 장선화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수료)
출처: www.ccds.or.kr
ghistory / 감사합니다. 내일 도서관가서 꼭 찾아보아야겠군요. 지난 번에는 정말 도움되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